『사가렌 ― 사할린, 경계를 여행하다』(가케하시 구미코 저)로 떠나는 뜨거운 사할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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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와카나이시의 소야미사키(宗谷岬)에서 북쪽으로 불과 43km 떨어진 곳에 사할린이 있습니다. 어쩌면 ‘가라후토(樺太, 가라후토)’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1905년부터 1945년까지, 북위 50도선 이남의 남가라후토 지역은 일본의 영토였습니다.

전성기에는 40만 명이 넘는 일본인이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러시아 영토로 간주되지만, 러시아식 건물들 사이사이에 일본 통치 시기의 건축물도 남아 있어,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장소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할린을 직접 여행하며 집필된 것이 『사가렌 ― 사할린(樺太/サハリン), 경계를 여행하다』입니다. 이 책은 ‘Yahoo! 뉴스 서점 대상 2020년 논픽션 도서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만화 『골든 카무이』에도 등장하는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사할린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도 함께 곁들여, 사할린 여행의 매력을 일부 소개하고자 합니다.

유즈노사할린스크 시내 산책이 흥미로운 이유

사할린에서 가장 큰 도시는 유즈노사할린스크입니다. 일본 통치 시기에는 ‘도요하라(豊原)’라고 불렸으며, 남가라후토에서 유일하게 ‘시(市)’로 지정된 도시이자 일본 최북단의 시였습니다.
진에 보이는 건물은 사할린 주립미술관으로, 과거에 있었던 홋카이도탁직은행 도요하라 지점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즈노사할린스크를 상징하는 건물로는 대표 이미지로 소개된 ‘사할린 주립향토박물관’이 있습니다. 이는 가나가와 출신 건축가 가이즈카 요시오(貝塚良雄) 씨가 설계한 ‘제관양식(帝冠様式)’ 건물입니다.
제관양식은 전통적인 일본 양식 위에 서양식 건축을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건축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형식이기도 합니다.

이 박물관 안에는 사할린의 자연과 지리, 아이누 등 원주민 문화, 그리고 일본 통치 시기를 포함한 선토기 시대부터 이어지는 사할린의 역사를 폭넓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사할린 주립향토박물관의 야외 공간에는 천황의 사진을 보관하던 ‘봉안전(奉安殿)’이 이축되어 있고, 또한 점령 당시 슘슈섬(占守島)에서 옮겨온 구 일본군 전차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현대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유산들을 이곳에서는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에게는 특히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미야자와 겐지도 방문한 사할린 ― 『은하철도의 밤』의 모티브가 된 곳?

『사가렌 ― 가라후토/사할린 경계를 여행하다』에도 소개되어 있듯, 일본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생전에 사할린을 찾았습니다. 이는 제자의 취업 알선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요절한 여동생 도시(トシ)의 영혼을 좇기 위해서이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향한 곳은 당시 일본 철도의 최북단 종착지였던 에이힌(栄浜, 현재의 스타로드브스코예/Starodubskoye)입니다.

현재는 철도가 폐선되어 레일은 철거되었지만, 그 자리에 깔려 있던 침목(木枕)은 여전히 남아 있어 과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겐지가 사할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로드브스코예 근처에는 ‘백조호(白鳥湖)’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으며, 그의 대표작 『은하철도의 밤』에 등장하는 ‘백조 정거장’과의 연관성이 자주 언급됩니다.

어쩌면 미야자와 겐지는 이곳 사할린에서 『은하철도의 밤』의 원안을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스타로드브스코예에는 ‘호박 해변(琥珀海岸)’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어, 지금도 운이 좋으면 호박을 줍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문학, 그리고 역사적 낭만이 깃든 장소로서 사할린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는 장소입니다.

사할린의 부즈모리에 마을에는 옛 도리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사할린 북부, 스타로드브스코예(옛 에이힌)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마을이 바로 부즈모리에(Буссольное, 옛 진누이무라 시라우라/真縫村白浦)입니다. 이곳에는 신사의 도리이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 도리이는 1940년, 즉 황기 2600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으로, 이후 소련 통치 시절에도 파괴를 면하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왔습니다. 현재는 역사 유적으로서 소중히 관리되고 있으며, 도리이 주변도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 통치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공공 교통으로 방문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지역이기 때문에, 방문 시에는 가이드를 동반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포로나이스크(Polonaisk, 옛 시스카/敷香)라는 도시가 있으며, 이곳은 일본 쇼와 시대의 전설적인 요코즈나인 다이호(大鵬)의 출생지이기도 합니다. 포로나이스크 시내에는 다이호의 동상도 세워져 있어 스모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방문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즈모리에 역 앞에는 게 요리 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갓 삶은 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즐길 수 있습니다. 역 앞의 소박한 시장 풍경도 사할린 특유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사할린 철도를 타다

이 책에서는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노그리키역까지 여행을 떠납니다.

유즈노사할린스크역에서는 북쪽 611km 떨어진 노그리키역까지 두 편의 야간열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특급 '사할린호'(2020년 7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운휴 중)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 없는 603/604 열차라는 급행열차입니다.

주간에 운행되는 완행열차는 매우 적기 때문에 낮에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입니다.

열차를 이용하면 603열차의 경우 오전 9시 8분, 사할린호의 경우 오전 10시 37분에 노그리키에 도착합니다(2020년 7월 현재, 가라후토청 육지측량부 편 『일본식 사할린・시베리아 시각표 2020』 기준).

일본과 러시아의 구 국경에 가장 가까운 역은 유즈나야한다사역으로, 603/604 열차만 정차합니다.

일본제 철도 차량도 운행되고 있었다

유즈노사할린스크의 철도박물관에는 JR 동일본에서 이관되어 2000년경까지 운행되었던 K-1형 기동차(원래는 기하 58계로, 고우미선에서 운행되었음)와 유명한 증기기관차인 D51 사할린 사양 22호기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사할린의 철도는 2019년까지 일본과 궤간이 동일했기 때문에 일본 차량이 그대로 운행될 수 있었으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지금은 궤간이 러시아 본토와 같은 1520mm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사할린 추천 호텔

사할린에서 추천할 만한 호텔은 최고급 호텔인 메가팰리스 호텔(Mega Palace Hotel)입니다. 가가린 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어 조용한 환경 속에서 머물 수 있습니다. 객실도 넓고, 러시아 호텔치고는 관리 상태도 훌륭해 여유롭게 쉴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스트로베리 힐즈 호텔(Strawberry Hills Hotel) 등도 추천할 만한 숙소입니다.

사할린으로 가는 방법은?

한국에서 사할린 가는 방법은?
사할린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서울(인천국제공항) 에서 출발해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으로 향하는 직항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시즌에 따라 직항편이 제한적으로 운항되므로, 사전에 운항 여부를 꼭 확인해 주세요.

직항편이 없는 경우에는 일본을 경유하는 루트도 좋은 대안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나리타 공항) 또는 삿포로(신치토세 공항) 를 경유해 유즈노사할린스크로 들어가는 항공편이 있습니다.
특히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프로펠러기로 운항되는 독특한 국제선 노선으로, 여행의 색다른 재미를 더해줍니다.

편리한 항공편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와 항공사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할린섬 내 이동

사할린섬 안에서의 이동은 야간열차 외에는 버스 이용이 편리합니다. 드린스크(구 지명: 오치아이)나 콜사코프(구 지명: 오오토마리) 방면으로는 버스가 자주 운행되고 있으며, 포로나이스크로 가려면 502번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항공편은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샤프쵸르스크(구: 토로), 노그리키, 오하, 포로나이스크, 스미르누이흐, 조나리노예, 알렉산드로프스크사할린스키 방면으로 운항되고 있습니다. 다만 매일 운항되는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시간표를 사전에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