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인 대국 이탈리아. 최근 이탈리아 와인은 품질과 평가 면에서 프랑스와 견줄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토리노를 중심으로 하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에서 생산되는 일부 와인은 뛰어난 품질 덕분에 고가에 거래되며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18세기 중반까지는 품질이 조악하고 평가도 좋지 않았던 피에몬테의 와인이 어떻게 최고급 와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이번에는 그러한 역사적인 관점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피에몬테 포도밭의 경관에 대해 소개해 드립니다.
피에몬테의 포도밭 경관: 랑게 로에로와 몽페라토란?
이탈리아어로 '산의 발치'라는 뜻을 가진 피에몬테(Piemonte)주는 알프스 남쪽 기슭에 위치하며, 고대부터 야생 품종을 이용한 와인 생산이 활발했습니다. 기원전 5세기의 포도 꽃가루가 발견될 만큼 포도 재배 역사가 길지만, 오랫동안 서민들의 술로만 생산되었기에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귀족 출신인 카밀로 카부르를 중심으로 이 지역의 양조 기술은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전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와인 산지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고대부터 이어진 와인 양조의 역사는 햇살 가득한 구릉 지대의 포도밭과 고성, 교회, 민가 등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경관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풍경미와 역사적인 와인 양조 전통을 인정받아,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명칭: 랑게 로에로와 몽페라토 / Vineyard Landscape of Piedmont: Langhe-Roero and Monferrato
주소: Piemonte, Italy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visitaly.jp/unesco/langhe-roero-e-monferrato
피에몬테주 랑게=로에로와 몽페라토 가는 법
피에몬테주의 주도는 이탈리아 제4의 도시인 토리노입니다. 한국에서 토리노로 가려면 일반적으로 밀라노를 경유합니다. 밀라노까지는 직항으로 약 13시간이 소요되며, 밀라노에서 토리노까지는 고속열차로 약 1시간이 걸립니다.
랑게 지방은 피에몬테주 남부를 흐르는 타나로강 동쪽, 로에로 지방은 서쪽에 해당합니다. 몽페라토는 다른 지역과 조금 떨어져 있지만, 모두 토리노에서 반동심원 형태의 호를 그리며 늘어서 있습니다. 토리노에서 투어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대여해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추천 포인트 ①: 랑게·로에로 지구
랑게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바롤로(Barolo)입니다. 인구 약 700명, 면적이 나리타 공항의 약 2/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바롤로 마을에서 '네비올로' 품종을 사용한 이탈리아 최고급 레드 와인이 생산됩니다.
바롤로와 나란히 '와인의 여왕'이라 불리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역시 이 지구에서 생산됩니다. 바르바레스코 마을은 아름다운 구릉지에 위치하며, 중세 건물군과 오래된 양조 시설이 남겨진 경관 자체가 세계유산의 구성 자산 중 하나입니다. 인접한 로에로 지구에서는 이탈리아어로 '조금 별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아르네이스'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유명합니다.
추천 포인트 ②: 몽페라토 지구
몽페라토 지역의 포도밭은 언덕의 기복을 이용한 곳이 많으며, 언덕 꼭대기에는 성관이 세워져 있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 닛차 몽페라토를 중심으로 피에몬테의 주요 품종인 '바르베라'를 사용한 레드 와인이 생산됩니다.
카넬리 마을 주변은 머스캣 품종을 사용한 발포성 와인인 '스푸만테(Spumante)'가 대량으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수출됩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스푸만테는 지하 약 30m에 건설된 '지하 대성당'이라 불리는 저장고에 보관됩니다. 온도와 습도가 자연의 힘으로 조절되는 이 공간은 세계유산 등재 당시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견학 투어를 운영하는 양조장도 여러 곳 있으며, 암반을 파서 만든 와인 저장고가 많은 바소 몽페라토 지구 역시 세계유산의 주요 스폿 중 하나입니다.
추천 포인트 ③: 18세기 와인 연구소, 그린차네 카부르 성
피에몬테 와인은 긴 역사를 가졌음에도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18세기 중반, 피에몬테의 귀족 카밀로 카부르는 자신의 영지였던 바롤로 지역의 와인 개량에 도전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양조학자를 초빙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바롤로 와인을 장기 숙성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하고 중후한 와인으로 완성해냈습니다.
카부르의 사업에 감명받은 사르데냐 왕은 별장으로 사용하던 이 성을 와인 제조 연구소로 제공했습니다. 이후 카부르는 다른 지역의 와인도 개량했고, 마침내 피에몬테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도약했습니다. 이탈리아 통일에 헌신한 영웅으로도 알려진 그는 사르데냐 왕국이 이탈리아 왕국이 되자 초대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 성은 와인 박물관, 주립 와인 숍,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며, 피에몬테의 명물인 화이트 트러플 경매가 열리는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 마무리하며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세계 유수의 명품이 된 피에몬테 와인은 그야말로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여기에는 양조 연구자, 저장고 설계자, 그리고 무엇보다 포도 농가들의 헤아릴 수 없는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피에몬테를 방문하신다면 꼭 이곳의 와인을 시음해 보세요. 왜 이 땅의 와인 문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몸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