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와 함께 일본의 고도로 손꼽히는 관광지, 나라현. 교토가 일본 문화의 중심지라면, 나라는 그보다 더 오래된 시대의 일본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입니다. 교토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신사와 절이 있으며, 나라 하면 거대한 대불이나 국보, 문화재들이 떠오르지만, 사슴이 많이 서식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자연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원시림과 산, 강, 현수교, 벚꽃과 단풍, 설경 등, 일본의 사계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절경 명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지만, 나라현은 그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일본다운 풍경을 담아낸 고도(古都)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교토와는 또 다른, 여유롭고 고즈넉한 매력을 지닌 나라현의 절경 명소 중 특히 추천할 만한 6곳을 소개해드립니다.
1. 일본의 사계절이 모두 담긴 절경의 보고! ‘요시노야마’(吉野山)
요시노야마는 사계절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산입니다. 일본 최고 수준의 벚꽃 명소로, 봄에는 약 200종, 약 3만 그루의 벚나무가 만개합니다. 4월 초부터 중순에 걸쳐 산 아래의 ‘시모센본’에서 시작해 중턱, 정상의 ‘오쿠센본’까지 차례로 피어나기 때문에, 긴 기간 동안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수국과 신록이 아름다우며, ‘사쿠라 등불(桜燈火)’이라는 행사에서는 등불이 밤의 요시노를 은은하게 밝혀줍니다. 가을에는 벚나무가 붉게 물들고, 겨울이 되면 전혀 다른 세계처럼 눈으로 덮인 설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겨울의 고요한 풍경은 요시노야마의 또 다른 얼굴로, 실제로 헤이안 시대 이전에는 눈 덮인 요시노야마가 가장 사랑받던 경치였습니다.
산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다카기야마 전망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요시노야마 로프웨이’를 이용하면, 벚꽃과 단풍의 아름다움을 더욱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따뜻한 계절부터 혹한기 겨울까지, 요시노야마는 사계절 내내 절경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명칭: 요시노야마 / 吉野山
주소: Yoshinoyama, Yoshino-cho, Yoshino-gun, Nara, Japan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www.yoshinoyama-sakura.jp/sakura.php
2. 사슴과 야경, 산불 축제까지! ‘와카쿠사야마’(若草山)에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나라공원 동쪽 끝에 있는 ‘와카쿠사야마(若草山)’는 낮에도 밤에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절경 명소입니다. 해발 342m의 이 산은 둥근 언덕이 3개 겹쳐진 형태로 되어 있어 ‘미카사야마(三笠山)’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산 전체는 일본 고유의 잔디 ‘노시바’로 덮여 있으며, 이곳저곳에서 사슴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가 아름답게 피어나며, 겨울에는 매년 1월 넷째 주 토요일에 ‘산불 축제(山焼き)’가 열립니다. 이는 산 전체를 불태우며 선조의 넋을 기리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나라의 전통 행사로,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광경은 압도적입니다.
차를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와카쿠사야마 전망대’는 ‘신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라와 교토의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입니다. 낮에는 푸른 잔디에서 사슴과 교감하고, 밤에는 야경이나 산불 축제를 보며 소중한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명칭: 와카쿠사야마 / 若草山
주소: Kasugano-cho, Nara-shi, Nara, Japan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www.pref.nara.jp/6553.htm
3. 가을 억새와 여름 신록이 매력적인 ‘소니 고원’(曽爾高原)
‘소니무라(曽爾村)’는 ‘나라의 비밀 휴양지’, ‘간사이의 가루이자와’라고도 불리는 지역으로, 나라현 북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미에현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소니 고원(曽爾高原)’은 온천과 산으로 둘러싸인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특히 가을의 억새 군락이 장관입니다.
억새는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가 절정이며, 특히 10월 하순에는 석양과 어우러져 황금빛으로 빛나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니 고원의 매력은 가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설경, 봄에는 와카쿠사야마처럼 산불 축제가 열리며, 여름에는 초록빛 초원이 펼쳐지는 신록의 계절입니다.
이러한 절경은 봄의 산불로 태워진 억새의 재가 천연 비료가 되어 다시 억새가 자라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만들어진 풍경입니다. 특히 5월의 초여름은 신록이 무르익는 시기로, 푸른 초원을 거닐며 나라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명칭: 소니 고원 / 曽爾高原
주소: Taroji, Soni-mura, Uda-gun, Nara, Japan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www.kasugano.com/kankou/autumn/sonikougen.html
4.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 희귀 동식물의 보고 ‘오다이가하라’(大台ヶ原)
‘오다이가하라(大台ヶ原)’는 나라현과 미에현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풍부한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일본늑대가 마지막까지 서식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산 전체가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작가이자 등산가인 사와다 큐야의 저서 『일본 100명산』에도 등장하며, 풍부한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지역으로서 유네스코 에코파크로도 인정받았습니다. 나라, 미에, 와카야마 3현에 걸친 요시노·구마노 국립공원의 일부이며, 공원 내 비지터 센터에서는 자연관찰회 등도 열립니다.
오다이가하라는 ‘서오다이(서쪽 지역)’와 ‘동오다이(동쪽 지역)’으로 나뉘며, 서오다이는 원시림이 그대로 남아 있어 법률에 따라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 구역에 들어가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예약이 필요합니다. 이 지역에는 사슴이 많이 서식하며, 사슴 외에도 희귀한 동식물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명칭: 오다이가하라 / 大台ヶ原
주소: Kotaki, Kamikitayama-mura, Yoshino-gun, Nara, Japan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kinki.env.go.jp/nature/odaigahara/odai_top.htm
5. 일본 최장 생활용 현수교! 아찔하지만 압도적인 절경이 펼쳐지는 ‘타니세 현수교’(谷瀬の吊り橋)
생활용 현수교로는 일본에서 가장 긴 ‘타니세 현수교(谷瀬の吊り橋)’는 길이 297m, 높이 54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1954년(쇼와 29년), 전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큰돈을 모아 건설했습니다. 도쓰카와촌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우에노지 지구와 타니세 지구를 잇는 다리입니다.
이 다리의 길이와 강까지의 높이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흔들리는 순간의 공포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한 번에 건널 수 있는 인원은 20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황금연휴 등 혼잡한 시기에는 일방통행으로 통제를 하기도 합니다. 너비는 약 80cm 정도로,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것이 겨우 가능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커플끼리 함께 걷는다면,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 ‘현수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명칭: 타니세 현수교 / 谷瀬の吊り橋
주소: Uenoji, Totsukawa-mura, Yoshino-gun, Nara, Japan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totsukawa.info/joho/kanko/
6. 에메랄드빛 맑은 강물이 흐르는 비경, ‘미타라이 계곡’(みたらい渓谷)
나라현 남부에 위치한 ‘미타라이 계곡(みたらい渓谷)’은 일본 고유의 산악 신앙 ‘슈겐도’의 성지로, 긴키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절경의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봄과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으로 계곡이 가장 아름답게 물들고, 겨울에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설경과 얼음, 상고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남북조 시대였던 14세기, 고다이고 천황의 아들 모리요시 친왕이 이 지역에서 승리를 기원하며 손과 입을 정화하는 ‘미타라이(御手洗)’를 행했다는 전설이 이 계곡 이름의 유래입니다.
강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그린의 맑은 물줄기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며, 이곳이 ‘긴키 제일의 청류’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곡에는 현수교도 설치되어 있으며,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계류의 풍경은 압권입니다. 천연수로도 유명한 덴카와촌이 이 물의 발원지이며, 인근에는 도가와 온천이나 종유동굴도 함께 있어 여행 코스로도 제격입니다.
명칭: 미타라이 계곡 / みたらい渓谷
주소: Kitazuno, Tenkawa-mura, Yoshino-gun, Nara, Japan
공식・관련 사이트 URL: http://www.vill.tenkawa.nara.jp/
◎ 마무리하며
도다이지, 대불, 가스가타이샤 등과는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절경 명소가 나라현에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곳들 중에는 중심지에서 떨어진 산속 깊은 명소도 있어, 수학여행 때는 가보지 못했던 장소들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타니세 현수교나 오다이가하라의 원시림처럼 스릴 넘치는 절경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교토에 비해 관광객이 적어 한적하게 자연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일본의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따뜻한 풍경이 나라에는 가득합니다. 절경 속에서 힐링하고 싶다면, 나라현 깊은 곳의 대자연을 꼭 체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